음엄음

인문학에 초대받지 못해 여기에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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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network class 청소년을 위한 하자인문학: 3. 음악으로 세상을 듣는다.


10/5 에세이 밤비


-마음정리

나는 노래를 많이 아는 것도, 음악 공부를 한 것도, 일반학교에 다닐 때 음악 수행이 좋았던 것도,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닌, 음악에 대해 거의 무지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다. 아는 거라곤 피아노학원에 다닐 때 배웠던 콩나물 종류와 간단한 청음정도. 지난학기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 대해 아는 거라곤 빨간색밖에 없었다.

인문학은 들으면 들을수록 참 신기하다. 어려운 걸 배우는 것 같으면서도 듣다보면 쉬워지고 지루하다 싶을 땐 갑자기 재미있어진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 배우는 건데 소설이나 시까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인문학을 세 학기나 공부했는데 도통 내가 여기서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만의 음악을 정의해보는 것? 음악 하나로 인간의 신체리듬, 영어, 역사 등을 공부해보는 것?

인문학 공부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포부와 함께 허영심을 품어준다. ‘이렇게 인문학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나도 지식이 충만한 사람이 되겠지’, ‘지식이 충만해지면 나도 사물을 바라볼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겠지’ 이런 생각들이 날 콕콕 찔러 공부는 곧 이득이라는 사고방식을 키워버린다. 그러나 난 인문학을 하며 시야가 넓어진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 눈앞의 이득만 고집하니 공부가 될 리가 있나. 옛 신선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를 해야지.


-나에게 있어 노래는 무엇일까.

목욕을 하려고 샤워기를 틀 때, 잠을 자려고 이불을 깔 때 등, 노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때 갑자기 요즘 듣지도 않던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어떤 날엔 갑자기 빅뱅의 마지막 인사라는 노래가 떠오르고 어떤 때는 클래식 음악이 떠올라 마구 흥얼거리게 한다. 더 슬픈 건 그 멜로디라는 게 한 번 중독되면 헤어 나오질 못한다는 거다. ‘도레미도레미’라는 멜로디를 상상하면 그 음이 계속 떠오르고 갑자기 내 머릿속에선 작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노래 하나가 떠오르면 흥얼거리다가 점점 열창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곧장 노래를 틀어놓고 열심히 따라 부른다. 그리고 만족하지 못하고 그 노래만 계속 듣는다.

난 이런 경험을 일주일에 약 세 번 이상은 꼭 한다. 잘 모르는 노래도 어느 순간 내가 새로 작사해 노래를 부르고 있던 적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다. 그냥 부르는 것이다. 물론 나 혼자만 이런 경험을 해봤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우리 언니는 씻을 때마다 거미 노래를 열창한다).

나는 노래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한다. 노래는 가사, 리듬, 멜로디가 모두 정해져있어 셋 중 하나가 떠오르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그러나 음악은 그런 제약이 없어 내가 혼자 작곡도 해보고 가사가 안 떠오르면 내 마음대로 작사도 해볼 수 있어 자유롭다. 물론 이건 나만의 정의이다.

노래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르게 들린다. 인문학 시간 끝자락에 부르는 팝송은 함께 부르는 거라 포근한 느낌으로 부르게 되고 힘들게 걷고 있을 때 들리는 노래는 귀에 차지도 않는다. 이건 인문학 시간에 배운 건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극적인 장면엔 바이올린이 마구 튕겨지는 음악이 나오는데 밋밋한 장면에선 아예 음악이 없다. 나는 음악을 들어서, 혹은 음악을 들으며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일까?


-노래의 추억. 외우고 싶지 않아도 외워지는.

중2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속해서 떠오를 정도로 깊이 짝사랑 했던 아이였다. 같은 학원을 다니던 그 아이는 어느날 내 mp3의 이어폰 한 쪽을 가져가 자기 귀에 꼽았다. 그 때 무드가 깨지게(그냥 나 혼자만의 무드) 영어 수행평가 때문에 외워가야 할 Westlife의 My Love가 나왔다. 그 아인 말도 없이 그냥 엎드려 잤지만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그 때를 떠올려보면 난 참 순진했다).

그 이후 My Love만 들으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노래를 들으면 장면이 떠오르는 것이다. 하자 죽돌들과는 이런 경험을 무한도전 때 나눴다.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노래는 한 번 외우면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 지금 내가 10대이고 쌩쌩해서 다 외울 수 있는 건진 몰라도 8살 때 외웠던 동요까지 생각난다. 음악으로 하는 학습이라고 하나? 교과목들 중 영어는 특히나 외워야 할 게 많아 교과서 한 단원마다 노래가 하나씩은 있었다. 알파벳, 1월부터 12월까지 등, 모두 노래로 배웠다. 그래서 지금도 누가 7월이 뭐냐고 물어보면 July라고 바로 답하기 전에 머릿속에선 January February March~라고 반응하고 있다. 이걸 예전에 몸으로 깨달아서 기술 과목 공부를 할 때 노래로 외워보곤 했다. 멜로디 하나만 붙였는데 잘 외워지는 걸 보니 신기했다.

그런데 이게 좋기도 하지만 안 좋기도 하더라. 안 좋은 추억을 노래로 기억하면 정말 잊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좋은 추억이라도 끝이 안 좋으면 노래 때문에 매일 시달리게 된다. 인간은 추억을 잊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노래가 추억이 되면 잊지 못하듯 이 어린 나이에 노래로 추억타령이나 하게 된다.


-앞으로

에세이를 쓸 때 내가 뭘 배웠는지 막막해서 아무것도 못 쓰고 헛소리만 주절댔다. 그러다 갑자기 퍼뜩하고 영감이 떠올라 여태 쓴 글을 모두 지우고 위에 있는 글을 30분 만에 썼다. 글은 영감으로 쓰는 게 아니지만 지금까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이건 영감이 아니라 글을 쓰다가 정리된 말을 다시 쓰게 된 것 같다. 신기하다.

사실 인문학 시간에 참여는 열심히 하지만 내가 인문학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앞에 쓴 사소한 것들을 얻어가기엔 나의 두 시간이, 김찬호 선생님의 멋진 말씀들이 아깝다. 나는 솔레이션이나 촌닭들처럼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없다(물론 저 둘도 배운 게 없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서 내 생활과 연결시키기 힘들다. 찬호샘도 마찬가지로 음악을 좋아하시지만 전문적으로 하고 계신 건 아니다. 그러나 아직 매치가 안 된다. 찬호샘과 내가 동급도 아니고. 내가 인문학자도 아니고.

앞으로의 나는 인문학 시간을 나의 음악 일상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그리고 내 짧은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가져가고 싶다. 사실 그게 가장 편하고 수업을 가장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모르지. 인문학 하다가 음악 하겠다고 뛰쳐나가 기타를 튕겨대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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