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c Papi
(빠삐와 함께)
Refillclub et Papi
(리필클럽의 빠삐)
Papi (빠삐)는 프랑스어로, 한국어의 ‘할아부지’정도의 할아버지를 부르는 친근한 단어다.
그 분과 처음 만난 건 2006년 가을, 첫 불어수업. 평소 프랑스어가 너무나 배우고 싶었던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그 날 처음 본 그 분은 말쑥한 양복차림에 점잖은 말투의 Monsieur(무슈)였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자기소개를 했다. 모두 알다시피, 하자센터 안에선 본명 외에 자신이 직접 이름을 짓는 전례가 있다. 허나 그 당시 그분은 아직 닉네임을 정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일 년 동안 그 분을 ‘무슈’라고 불렀다.
그리고 해가 돌아 2007년 새 학기 불어수업이 돌아왔다. 그 분은 새로운 학생들 앞에서 새롭게 자기소개를 하시며 자신 있게 ‘Papi’라고 불러 달라 말하셨다. 그래서 나는 새 학기 불어문제집 앞에 정성스럽게 ‘Papi’라고 적었다.
첫 수업 때의 티타임은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빠삐는 매 수업마다 “Café 할까?” (꼭 ‘캬페’라고 발음하신다)라고 물으시며 티타임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정말 ‘빠삐’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말랑한 불어발음을 하시는 빠삐가 좋았다. 무엇보다 ‘리필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자원해서 불어선생님을 하시며 한 번도 지각하시지 않고 매번 열심히 수업하시는 빠삐가 멋있었다. 그렇게 빠삐를 흠모해 온 지 벌써 세번째 해. 그 동안 작게나마 편지나 꽃 등으로 마음을 표현해 봤으나, 이렇게 수업 외에 시간에 둘만 있는 건 처음이라 기대된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는 재미를 알게 해 주신 빠삐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빠삐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빠삐가 속하신 ‘리필클럽’의 정체는 무엇인지 들어보자.
A: 인터뷰를 하기 전에 빠삐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부터 시작할까요? 소개 부탁드려요.
P: 이미 알고 있잖아 흐흐.
2년 전 첫 수업 때 이미 이야기를 했잖아. 일단 나는 육군사관학교를 다녔고 군대 최전방에서 근무도 하고 연대장 지휘관 이런 것도 했어. 그러다 외국어 대학교에서 불어를 전공했지. 위탁교육 받아서 문학사를 받았어. 그리고 불란서(프랑스) 가서 2년 동안 공부하고 국제 외교 공부를 하고, 7년 동안 국방무관이라는 국방부 대표를 했어. 국방무관으로 프랑스에 파견된 거지. 그리고 정년퇴직 후 사회경험을 쌓고, 현재는 하자센터에서 여러분들과 이야기 하고 있지.
A: 군대에서 많이 일을 하셨다는 건 하자에선 굉장히 특이한 경력 같아요. 여담이지만, 빠삐는 군대에 계셨잖아요. 그래서 여기오니까 여학생들이 많아서 좋다고 하셨잖아요.(웃음) 그런데 빠삐가 남학생들 대하실 때는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조금 엄하게 대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P: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차별하면 안 되는데.
A: 그래도 남학생들에겐 조금 딱딱하게 대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좋아요.(웃음)
P: 내가 아들만 있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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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역할’ 정도가 되주고 싶어. 그게 나의 목적이지.
A: 궁금한 게 있는데, 빠삐는 군대에도 계셨고, 프랑스에도 계셨고 지금도 세계 여기저기 많이 여행하시잖아요. 그런데 하자 센터에는 어떤 동기로 오게 되셨나요?
P: 정년퇴직을 한 후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 혼자 알고 있지 말고 뭔가를 위해 봉사하자 라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불어를 이용하자고 생각했어. 불어를 배우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거나 환경이 안 되서 못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자고. 그 사람들이 젊거나 나이가 많거나 상관없이. 리필클럽의 박 교수님과 내가 마음이 같았는데, 그 분이 이곳을 추천해 주셔서 오게 됐지.
A: 아, 박홍이 교수님이라면 하자센터에서 검도를 가르치시던 분이시죠? 리필클럽의 일원이시구요. 작년에 살롱수요일(리필클럽포스터)에서 리필클럽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아직 리필클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어떤 모임인지 설명해 주세요.
P: ‘리필클럽’은 서로 전공이 다른 친한 4쌍의 부부가 모여 만든 친목회야.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여행하고 그러지. 작년에 중국, 이집트 갔던 것도 그 사람들하고 같이 갔어. 거기 가서도 중국문명, 이집트문명 등 지식을 공유하지. 서로 취미도 이야기하고. 우리는 어떤 목적도 주제도 없지만 정기적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과거 이야기를 하게 돼. 그러다 다들 과거에 부족했던 것을 되새겨 보거나,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말이야. 그래서 ‘리필클럽’이라고 지었지. 큰 단체가 아니라 까페에서 커피를 리필하는 거랑 똑같은 의미를 가진 친목회야. 그래서 우리는 음식점 가서도 농담으로 ‘우리 리필클럽이니까 리필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해.
인생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역할’ 정도가 되주고 싶어. 그게 나의 목적이지.
사회생활을 쭉 해오고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작게나마 나누고 싶어.
A: 진심으로 멋있어요. 저도 나중에 이런 모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활동은 하세요?
P: 아니. 안하지.
A: 그럼 하자에서 하는 언어수업에 관련해서 가볍게 이야기 해주세요.
P: 하자센터에서 뭘 한다는 것을(불어 수업을 한다는 것을) 어디 가서 이야기 한 적도 없고, 누가 알지도 못해. 하자센터에 몇 사람들하고 리필 클럽 사람들만 알고 있어. 내가 경험한 것을 학생들과 나누고 같이 있고 싶어서 오는 거지,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A: 그래도 저희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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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하기 1은 2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1 더하기 1을 배워야 하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것.
A: 같이 수업하시면서 저희에게 주는 것 말고도 빠삐가 얻어가는 게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P: 내 마음에 기쁨을 가져가지.
불어를 배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불어를 이용해 나의 경험담을 전달하며 자극을 주거나, 동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게 내 가장 큰 목적이지. 사실 20,30대도 훌륭한 선생님은 많지. 그러나 그 들이 학문이나 테크닉 적으론 훌륭하겠지만, 진정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생활의 진리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우리가(리필클럽) 나을 수도 있지.
어린 학생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거나 뭔가를 교육할 수는 없지만, 희망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하나하나 가는 와중에 작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불어에 관심을 갖은 것이 어떤 계기가 돼서 그 사람의 미래에 열매를 맺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족해.
1더하기 1은 2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1더하기 1을 배워야 하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것.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그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내 바람이지. ABC를 배우는 것 보다 나와 이야기 하며 살아가는 방법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찾아간다면 나는 만족스럽겠지. 나에게 불어를 배우며 살아가는데, 자라는 데 하나의 동기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 그런데 그건 본인이 찾아야지. 학생이 직접 찾게 되면 좋겠지.
A: 이 말 참 좋아요. 1+1의 방법이 아닌 이유…. 학생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하자에 오셨을 소감을 이야기해 주세요.
P: 나는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외국 학생들과 많이 비교하게 돼. 이곳은 한국이 아닌 외국 학교 같은 자유분방함이 있어. 그런데 사고는 자유스럽겠지만 하나의 우려가 있어. 살아가는데 항상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라 어려움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하나의 큰 과정이고 경험이 필요한 것인데, 이 학교 체계로는 어려움이 왔을 때 내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 깨닫기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사실 나는 일주일에 한번 와서 2시간 잠깐 보고 가는 건데 잘 모르지. 그러나 여기 분위기를 봤을 때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 그런 면에선 정규교육 받는 사람들에 비해 (어려움에 대처하는 것이)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어려움을 모르면 즐거움도 느끼지 못해. 우리 오드리도 하루 내내 10시간 내내, 행복하고 즐거운 건 아니잖아. 이곳 학생들이 사회생활 하는 데 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사회생활에선 이미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써먹을 때지.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극복하는 법을 익혀야 하지 않나.
A: 우려하시는 그 부분 이해할 것 같아요. 헌데 하자가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안 에서는 오히려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만들어야 하는 고민들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어려움이 더 많기도 해요.
P: 물론 어려움이 있겠지. 하지만 시간제약을 두고 규정된 시간, 규칙을 지키는 상황에 대해서는 여기가 조금 자신이 없지 않나 싶어. 여긴 많이 자유스럽지. 각자가 자유스러운 가운데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나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체계로써는 바람직해. 정규교육도 틀 속에 갇힌 일제시대의 교육체계에서 탈피해야지. 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서 뭔가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에선 바람직해. 하지만 나는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조금 그래.
A: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건의하고 싶으신 거나 조언하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 수업 받는 학생들에게라도.
P: 딱히 없고. 하지만 아무래도 불어는 취미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가서 흥미가 떨어져. 열심히 해서 성과가 있으면 기운이 나는데 그런 성의가 조금 떨어지니 열의가 식게 되지.
A: 저도 동감해요.
P: 작년 초나 지금이나 진도가 변한 게 없어.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을 또 끌고 나갈 수도 없고.
A: 저도 2년 째 계속 같은 부분만 배우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그래서 불어로 편지 쓰거나 하는 걸로 조금 성의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 불어공부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
P: 오드리는 열심히 하지. 열심히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안 돼. 내가 벌써 몇 년이야, 이렇게까지 공부했잖아. 그런데 그렇게 해도 끝이 없는 거야.
A: 계속 열심히 할게요.
A: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시죠?
P: 아까 수업시간에도 이야기 했던 이야기를 할게. 나는 이제껏 내 삶이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 나라를 위해 일하고, 그 뒤론 자식들을 위해 일하고. 그래서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갖아야 해. 상기시키는 시간을. 이것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거야.
그럼, Au Revoir~다음에 봐.
A: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erci beaucoup! 다음 주에 봐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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